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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회사가 부도가 난다면?

날가 2022. 1. 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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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던 회사가 법정관리 끝에 파산처리가 된 적이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며 통화하고 일하던 모든 사람들의 칼날이 나한테 꽂혔다. 단지 내가 회사에서 사장밑에서 재무와 회계일을 하고 있었단 이유 하나로, 나는 모든 화풀이를 당해내야했고 협박도 당했다. 무릎도 꿇어야했다. 그 시절이 너무 힘들어 다시는 이 일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밥벌이로 먹고 산 세월이 있어 쉽게 놓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도 그 시절의 경험으로 배운 것들이 많으니 어떻게보면 고통속에 경력을 쌓았다는 말을 몸소 체험한 셈이다. 

 

 

코로나시국이 길어지면서 회사들이 위기가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부도가 났을 때의 경험을 써보려 한다.

 

 

1. 부도가 난다고 해서 회사가 바로 없어지지 않는다. 최종 파산까지 선고되어야 회사가 사라진다.

따라서 회사는 계속해서 영업이 가능하다. 단, 부도가 날 것을 알고 폐업신고를 한 뒤 도주를 해버리는 경우에는 영업이 더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없어진 것. 이 경우는 해결방법을 찾기 어렵다. 지명수배말고는

 

2. 만약 다니는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해도 회사는 영업이 가능하다. 단, 모든 수입과 지출은 법원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한다.(특히 지출) 법원 허가없이 금액이 지급되어선 안된다. 그러나 급여는 절대 밀리지 않는다. 급여는 무조건 1순위이다. 갈 곳이 딱히 없다면 그냥 다니자.

 

3. 회생 개시일 이후의 급여나, 회생개시일 이후에 발생한 대금은 전부 법원의 허가를 받고 지급할 수 있지만 회생 개시일 이전에 발생한 급여나 대금지급은 받을 수 없다.

 

4. 급여나 퇴직금을 부도로 인해 받지 못했다면 노동부에 "체당금 신청"을 하면 된다. 

대부분 그 회사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다 모여서 신청을 하지만 개별로도 신청이 가능하다. 이 때 노무사를 이용하는데 별도의 수수료가 있다.(내가 처리할 땐 6%를 받았다. 보통 10% 이내라고 했는데.. 지금은 바뀌었을까? 노무사에 따라 다르고 체불된 금액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그러나, 체당금으로 받을 수 있는 건 급여의 경우 3개월치(최대 6개월정도)이고 퇴직금도 3년치까지밖에 받을 수 없다. 나머지는? 대표이사에 민사소송을 걸어서 받아야되는데 부도가 날 즈음이면 대표이사도 일단 작업을 다 먼저 해놓기 때문에 재산이 있다는 걸 입증하기가 쉽지않다.. 뭐가 있어야 소송을 하지.. 그리고 그 재산의 유무를 입증해야하는 건 대표이사가 아닌 상대방이고... 무슨수로 알아낼거야 대표이사가 작업해놓은 재산을..(물론 실제로 빈털털이가 된 경우도 많음) 아, 체당금에 연차수당은 포함되지 않는다.(근로계약시 합의한 연봉과 퇴직금 말고는 거의 안된다고 보면 된다) 

 

5. 아직까진 4대보험 미납금은 회사나 대표이사가 내지 않으면 그 누구도 해결 할 수 없다. 대신 국민연금의 경우 개인이 일부 부담을 하면 가입기간을 인정해준다. 안내문이 집으로 오니 우편물을 꼭 확인할 것 

 

6. 대금을 받아야하는건이 있다면, 회생신청할 때 채권채무신고를 꼭 하도록한다. 법원에 미수금을 신고하지 않으면 따로 소송을 하여 받아야 한다. 이 부분은 따로 안내가 가는 경우도 있고 안내를 못받아서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꼭 챙기도록 하자

 

7. 미지급된 대금들(매입대금, 경비등등)은 회생시에 자금지출계획을 제출하는데... 거의 절반정도는 없어지고 나머지 절반만 받게 된다고 보면 된다. 미지급 대금을 다 주진 않는다. 단, 세금은 감면같은거 없던걸로 기억함

내가 회생업무~파산까지 업무맡아서 할 때에 가장 크게 문제였던게.. 장애인고용분담금과 세금, 4대보험료였다... 국가기관 관련된 비용은 무조건 약속한대로 돈을 갚아가거나 조금이라도 내야됨.. 장애인 고용분담금은.. 나중에.. 이야기 할 때가 오겠지....

 

8. 진짜 부도가 났다면 일단.. 자금관리하며 입,출금하던 직원을 갈구지말고(넌 다 알고있지 않았냐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져도 입닫고 있을수 있냐 등등 붙잡고 호통치며 이런 이야기 하지말고) 어떻게든 붙잡자. 그 직원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당장 공인인증서나 통장비밀번호.. 도장을 뭘 쓰는지 이런걸 아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잖아.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부도가 날 것 같다 하면 일하던 재무팀이나 경리팀 직원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나도 그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경리팀 직원이 없어 인수인계도 없이 들어갔었으니..(난 대체 무슨 깡으로 겁없이 버텼을까 내가 그 땐 어리긴 했나보다;) 그러니까.. 이유없이 오래 다니던 직원들이나 재무팀이나 경리팀 직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하면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걸 수도 있으니 레이더 바짝 세우고 일하세요..다 그런건 아님

 

 

그리고 지금 부도난 회사에 경영팀으로 근무하시는 분들.. 힘내세요.. 마음이 어떤지 내가 너무 잘 알지.. 하지만.. 본인이나 잘 챙기고 남까지 챙기려고 하진 맙시다... 기본만 합시다, 기본만 중간에서 최대한 손해보지말라고 계속 정리하고 일처리하는데도 나한테 살벌하게 협박하고 달달볶고 소리지르고.. 무릎꿇게하고..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그러는거 정신적으로 타격이 정말 크더라. 

좋은데 생기면 빨리 이직하시길.. 아니면 진짜 파산할 때 까지 근무하며 실업급여를 받...(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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